독서탭의 첫 글이다.
앞으로 서론은 짧게 하거나 없이 할 것이지만, 첫 글이기에 한번 독서에 관한 내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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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를 읽던 나는, 새로운 독서법에 대한 요령을 알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고, 그책을 읽으면서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읽어나가는, 이른바 “릴레이독서” 이다.
이 책읽기 방법은, 내가 관심없는 지루한 책을 붙들고 앉아 억지로 읽어나가는것보다 훨씬 흥미로웠고, 다양한 책을 읽게 해주었다.
나는 경제 분야에 많은 관심이 있었으므로, 경제 관련 책을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경제를 알게되니,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역사를 알게되니, 역사적 인물의 동기를 이해하기위한, 심리학에 대한 배움이 필요했다
심리학을 알게되니 심리학과 경제의 연관성에 대한 자세한 지식을 알고싶어, 이를 탐구하였다.
이러한 릴레이 독서를 통해 기존에는 관심이 없었던 분야가 나의 분야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우쳤고,
비록 지금까지는 수박 겉 핥기 수준이지만 다양한 지식을 탐구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아주 유용한 활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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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제목은 소설책이지?
지적 허영심을 채울 생각이면 비문학이나 읽을것이지 쯧쯧
맞다. 얼마전까지만하더라도 나는 문학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 신념중 ‘하나가 미래에도 지속적인 효용가치를 갖는 활동을 이행하자’ 이다
그래서 나는 줄곧 비문학을 고집하며 읽어왔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깰 수 있게 도와준 사건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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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 뉴스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얼마나 글을 잘 쓰길래 노벨상까지 받았을지 궁금한 생각 이였다.
노벨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에 작가의 능력은 검증되었다고 판단하는건 섣부른 생각이고 다른 소설들과는 어떤식으로 다른지 기대가되었다.
추후 <채식주의자-한강-> 소설의 후기에도 남길 것이지만,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제목과는 대조되는 매우 강렬한 책이었고, 사물들을 매개로한 심리묘사가 매우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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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이해 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정독해야하는 비문학과는 다르게 술술 읽히는 소설책의 매력에 나는 푹 빠지고 말았고,
지인들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어보리라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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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셜록홈즈 시리즈를 자주 읽었던 기억에
히가시노 게이고 책의 시작은 가가형사 시리즈를 읽어보기로 마음먹었고,
시리즈 중 시간상으로 가장 첫번째 이야기를 담고있는 <졸업-설월화 살인 게임>을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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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감상평 (스포일러 주의)
이 책에는 형사가 되기전 대학시절의 가가(주인공)가 겪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가가의 대학 친구들인 사토코(가가의 짝사랑녀), 나미카(독신), (도도,쇼코 커플), (와코, 하나에 커플) 7명 중
쇼코와 나미카가 사망하고,
그 인물들의 사망 원인에대하여 추리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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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쇼코가 백로장이라는 학교 숙소 건물 원룸 안에서 사망했는데, 손목을 긋고 그 손목을 물에 담근 채로 죽어 있었다.
주요한 단서는 매일 쓰기로 다짐한 일기장이 며칠간 비어있었고, 사망 당시 주변 혈흔이 닦인 흔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두번째 단서를 통해 타살이라고 생각할수 있겠지만, 쇼코에게는 타살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에서 들어올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자살로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
읽던 도중 창고의 창문 문고리 구조를 도면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한 부분이 나왔는데,
노골적으로 이 문고리 구조에 해답이 있으니 어떻게 이동했는지 생각해 봐라 라고 한 것 같았지만
바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쇼코의 사망원인은 나미카의 사망원인이 밝혀지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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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카가 사망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설월화 게임이라는 일본 다도 게임에 대하여 알 필요가 있었는데,
검색을 해보니까 따로 있는 게임인것 같지는 않고 책에서 만들어낸 게임인 듯 했다.
처음보는 게임의 빈틈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는 내용이라 룰을 설명한 부분을 두번 세번 보고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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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나미카는 와코-하나에커플에게 약한독(비소)을 먹이기 위해 도도와 함께 게임을 설계하였지만,
도도가 오히려 차선(차를젓는 막대)에 독을 묻혀 나미카가 죽게 했다 라는 것이다.
나미카가 비소를 먹이려 한 이유는,
와코-하나에커플이 나미카에게 중요한 검도 시합전에 나미카의 상대에게 매수를 당해
먼저 나미카에게 비소를 먹여 어지럼증을 유발시켜 자신의 경기를 망치게 했기 때문이다.
이를 알아챈 나미카는 반대로 그 커플에게 다시 독을 먹여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할 계획이였지만,
도도가 나미카에게 청산가리를 먹여 죽여버린다.
도도가 나미카를 죽인 이유는, 사실 쇼코를 죽인 범인은 도도였고,
도도의 범행수단을 나미카가 다른친구들보다 먼저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나미카는 도도를 만나 도도의 범행을 친구들에게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도도를 설월화 게임으로 와코와 하나에 커플에게 독을 먹이기 위한 동료로 삼았다.
하지만 도도의 입장에서는, 나미카를 죽이게되면 완전 범죄가 되므로 나미카를 배신하고 나미카에게 청산가리를 먹여 죽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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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월화 트릭을 매우 간단히 설명하자면
트릭을 써서 나미카가 와코와 하나에 커플에게 독을 먹일 확률은 50퍼센트였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랜덤성이 짙은 설월화게임간 어떻게 정해진 사람에게 확정적으로 독을 먹였을지 고민하고 있었으나,
책에서 묘사한 바로는 비소는 약한독이고, 실패에 대한 기회비용이 크지 않기때문에 나미카는 50퍼센트확률로 그 커플이 독을 먹지 않게될 확률을 감수했다고 설명한다.
그와 반면 나미카를 죽인 도도는 찻잔을 헹구며 준비해놓은 청산가리를 차선에 묻혀 시원하게 나미카를 죽여버린다.
그 후 설월화 트릭에사용했던 패와 도구는 빈틈에 아궁이 불에 태운다.
생각보다 맞추기 어려운 사건의 전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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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사망원인은 자살, 엄밀히 말하자면 타살.
감정적이고 줏대가 없는 성격의 쇼코는, 주변인의 말을 듣고 강좌여행에 며칠간 다녀왔었는데, 그때 낯선 남자와 불장난을 했었던 것이다. (쇼코의 일기장의 공백이 이를 설명한다)
그 이후 아이를 임신한것 같다고 생각한 쇼코는 결국 도도에게 이를 털어놓았고,
도도는 괜찮다고 병원에 다녀오라고 하였지만, 쇼코에게 만약 임신을 하게된 경우 자신과의 육체적 관계는 없었다고 말해달라 라고 이야기하였다.
이말을 들은 쇼코는 충격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자살을 시도하게 되었다.
자살 방법은 손목을 긋고 이를 세면대에 집어넣은것.
하지만 쇼코의 물에담긴 손목이 물밖으로 나오면서 간신히 숨이 붙어있게 되었지만,
도도가 검사결과를 듣고자 쇼코의 방에 들어왔을때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쇼코의 손목의 상처를 벌려 도로 물속으로 집어넣고 쇼코를 죽게 하였다.
도도는 만약 쇼코가 살게되면, 어떻게든 자신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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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하였던 창고 창문을 통하여 도도가 드나들었었는데,
창문으로 들어올수 있었던 이유는 도도가 문고리가 걸리는 걸쇠 부분을 형상기억합금으로 대체하였기 때문이다..

책에서 묘사한 문고리와 걸쇠

창문 밖에서 라이터로 열을 가해, 뜨거워지면 문고리가 걸고있던 걸쇠가 늘어나 문고리를 열 수있게 만들었다 라는 것이다.
그런데 형상기억 합금이라는 것은 뜨거운 상태의 모양을 기억해, 차가운 상태에서 변형된 모양을 뜨겁게 만들어 원래모양으로 복구시키는 소재로 알고 있다.
다시 차가워진다고 해서 변형된 모양으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차가워지면 수 분 내로 좌측 모양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였다.
추가적으로 라이터의 불 만으로 저렇게 변형이 될 정도면, 창문을 열면 쉽게 합금은 구부러질 것이고, 두껍게 만들었다면 라이터의 불을 아주 오래 쬐어야 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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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을 차치하더라도 문고리의 구조에 대해 도면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묘사해놓은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 허무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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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와 나미카를 죽이고 이것이 가가를 통해 모두 탄로나버린 도도는 결국 본인도 차를몰고 강물로 뛰어드는 판단을 하였고,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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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가형사 시리즈중 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책이였다.
하지만 가가형사 시리즈의 시간상 첫번째 사건이라는 것에 이 책을 먼저 펼쳐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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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대학교 친구들이 졸업을 앞두고 각기 다른 진로를 향해 나아가며 일어나는 마찰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오랜 친구를 죽이고 배신하며 졸업을 하는내용의 이 책은
친구와 졸업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 친구에게 약을 먹이거나 배신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도 그들처럼 행동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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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변치 않을것만 같던 친구들과의 끈끈한 관계속에서 발생하는 선택의 순간에
자신의 결정에 대한 결과와 그에 따른 책임을 치르면서 학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배움을 얻고,
진정한 의미의 졸업을 하게되는 등장인물들간의 서사를 잘 표현하는 제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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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의 가가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자신의 추리와 생각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답답한 성격의 주인공이였다.
이랬던 가가 교이치로가 앞으로 보게 될 작품에서 어떠한 성격의 변화와 활약을 보여 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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